2020.01.10 Day 1 🥾
Porto ➡ Vila do Conde (35.2 km - gronze 기준)
원래는 새벽에 일찍 출발하려고 했었는데, 첫날 도착해서 크레덴샬만 사고 가리비는 안 사서 출발 전에 다시 성당에 가야 됐다. 성당은 오전 9시에 열어서 천천히 준비해서 8시에 숙소에서 출발했다. 숙소에서 성당으로 걸어가는 길에 상 벤투 역 근처 fábrica da nata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랑 나타를 사 먹었다. 나타 1개에 1€로 착한 가격에 갓 만든 따근따근한 나타를 먹을 수 있다.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이 없어서 않아서 먹고 이동했다.
9시에 맞춰서 성당에 가서 가리비 사고 진짜 출발
순례길을 걷다 보면 노란색 화살표를 찾을 수 있는데, 길을 잘 모르더라도 이 화살표만 따라가면 된다. 시내를 빠져나가는 방법은 많이 있지만, 최대한 지도 안 보고 화살표를 찾아가면서 가려고 했다.
Buen Camino
순례길에서 다른 순례자들을 만나면 Buen Camino라고 인사를 한다. '좋은 길'이나 '좋은 길 되세요'라는 뜻이다. 순례자들끼리만 하는 인사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도 지나가는 순례자들을 보면 Buen Camino라고 인사해준다.
걷기 시작하면서 '언제쯤 인사를 하게 될까?' 생각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인사해주길 내심 기대했었는데, 대성당에서 출발해서 포르투 시내를 벗어날 때까지는 다른 사람들이 인사해주기는 커녕, 우리 말고는 다른 순례자들을 만나지도 못했다.
처음에는 신나서 사진도 찍고 형이랑 장난도 치면서 걷다가 갑자기 힘들어지고 다리가 아파왔다. 어느 정도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시내를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건물들만 잔뜩 보였다. 둘 다 힘들어하면서 걷다가 중간에 과일 가게에 들어가서 오렌지 하나씩을 골랐다. 진열대에 0.9€인가(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1€ 아래 가격)로 가격이 적혀있어서 하나 가격이 0.9€인가보다 했는데, 계산하려고 하니까 아저씨가 당황해하셨다. 알고 보니 1kg에 1€였는데 오렌지 2개를 산다고 하니까 당황하셨던 거였다. 아저씨가 손짓으로 그냥 가져가라고 하셔서, "오브리가도" 하고 나왔다. 오렌지 하나였지만,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힘이 나서 걸을 수 있었다.
해안길 맞나요?
포르투갈길은 내륙길과 해안길 두 가지 길로 나뉜다. 해안길이 예쁘다는 말을 들어서 해안길을 걷기로 했었다. 시내를 벗어나서 계속 걸어도 바다는 안보이고 시골 느낌의 집들과 농장들만 지나고 있었다. 화살표만 찾아서 걷고 싶어서 구글맵도 안 보고 있으니 언제쯤 바다가 나오나 궁금해졌다.
너무 궁금해서 지도를 봤는데, 오늘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서는 바다를 볼 수가 없었다. 지도를 크게 봤을 때는 몰랐는데, 1일차에는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게 아니고 루트가 살짝 내륙 쪽으로 들어와 있었다. 물론 해안 쪽으로 나가서 걸으면 바다를 볼 수야 있었지만, 늦게 출발하기도 했고 해안도로로 더 오래 걸리기도 하고, 무엇보다 화살표 따라 걷기로 했는데 갑자기 다른 길로 가기가 싫어서 그냥 가기로 했다.
순례자 메뉴
걷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어서 걷다가 발견한 식당에 들어가서 순례자 메뉴를 달라고 했다. 크레덴샬이 있으면 순례길 주변에 있는 식당에서 순례자 메뉴를 먹을 수 있다. 순례길에서 많이 떨어진 식당에는 순례자 메뉴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근처에 있는 식당에는 무조건 순례자 메뉴가 있다.
순례자 메뉴는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고 양도 많은 편이다. 식당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싼 곳은 6€ 정도 했었고 비싼 곳은 15€ 정도 했다. 포르투갈은 싼 편이고 스페인으로 넘어가면 조금 비싸진다. 스페인에서도 산티아고 대성당에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비싸졌다. 메뉴를 고를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간혹 메뉴가 여러 개인 식당도 있지만 대부분이 사진처럼 감자튀김에 고기, 밥 그리고 수프가 나왔다. 양도 식당마다 다른데, 사진에 있는 순례자 메뉴는 순례길에서 먹었던 순례자 메뉴 중 적은 양에 속한다.
도장 모으기
순례길을 걸으면서 크레덴샬에 세요(도장)을 찍어야 나중에 산티아고에서 순례자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밥을 다 먹고 주인아주머니한테 가서 sello por favor(세요 뽀르 빠보르)라고 말하고 도장을 받았다. 하루에 최소 세요 두 개를 찍어야 증명서를 준다고 알고 있다. 세요는 식당, 알베르게, 마을의 성당, 관공서 등이나 순례길 주변에 쉼터 같은 곳에서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쉼터나 그냥 길가에서 찍을 수 있는 세요의 경우 증명서 발급을 위해서 크레덴샬을 확인할 때 인정되지 않는다.
밥도 맛있게 먹었고, 첫 세요도 찍었겠다. 또 열심히 걷는다.
해안길은 산도 거의 없고, 길도 평평해서 굉장히 편해보인다.
하지만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도로가 다 돌길이다. 가끔가다 비포장도로나 매끈한 포장도로가 있기도 한데, 대부분의 길들이 돌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저 돌들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가뜩이나 무거운 가방 메고 걷고 있는데, 길도 울퉁불퉁해서 걸을 때 진짜 힘들었다.
알베르게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해가 지고 있었다. 해 지기 전에는 숙소 도착해서 쉬고 싶어서 서둘러서 걷고 있는데, 마지막 다리를 건널 때 노을이 우리를 사로잡았다. 진짜 너무 예뻐서 다리 위에 서서 감상 타임을 가졌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지나가던 차에서 경적을 울려서 쳐다봤더니 손 흔들면서 인사해주셨다.
하루 종일 힘들고 듣고 싶었던 buen camino 인사도 한 번도 못 받아서 실망했었는데, 인사해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참 감사했다. 아침에 늦게 출발했으면 노을 못 봤을텐데, 늦었기 때문에 노을 풍경을 볼 수 있었던 것도 감사했다. 우연히 가리비를 안 사서 늦게 출발하게 된 거였는데, 이런 우연히 삶에서 받게 되는 선물들이 참 힘이 되고 행복이 되는 것 같았다.
구글맵에서 경로 검색을 했을 때는 목적지까지 걸어서 6시간이 걸린다고 나왔다. 점심 시간이랑 중간에 쉬는 시간까지 다 포함해야 하겠지만, 9시간 걸려서 오후 6시가 다 되어서야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첫날이라 힘들기도 하고, 돌길도 익숙하지 않고, 어느 정도 속도로 걸어야 하는지도 몰라서 이렇게 오래 걸렸던 것 같다.
알베르게
다리를 건너자 알베르게 표시를 볼 수 있었고, 첫 알베르게에 무사히 도착했다. 알베르게는 미리 정하지 않고 갔었는데 진짜 너무 좋았다. 포르투갈 길 걸으시면 Santa Clara 알베르게를 추천한다.
Albergue de peregrinos Santa Clara
- 비용: 1박에 7.5€
- 세탁기와 건조기 사용시 각각 1€
- 화장실, 샤워실 깔끔하고 온수 잘 나옴
- 2층 침대
- 침대 각 자리마다 옆에 콘센트 구비
- 히터/에어컨 구비
- 와이파이 사용 가능
- 가까이에 Minipreço가 있어서 먹을 거 사기에 좋다.
아무래도 겨울이다보니 순례자가 많이 없어서 알베르게에 다른 순례자는 없었다. 덕분에 편하게 씻고 쉴 수 있었다. 3일 동안 못한 빨래를 돌려놓고 저녁 먹으러 나갔다. 저녁은 또 순례자 메뉴.
저녁 먹고 Minipreço에 가서 내일 걸으면서 마실 물, 먹을 초콜릿이랑 과일 조금 사고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내일도 25km 걸어야 된다.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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